서울에 집없다 현관은 너무 좁고 신발은 너무 많다 얼른 나가야지 더 늦기 전에 부는 바람 때문에 거리는 어지러웠고 내방은 흙먼지로 가득 찼다

 

여기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방은 좁고 큰 창이 있었고 바람이 잘 통했지만 빛은 전혀 들지 않았다 그저 멀리해야 될 것들과 계속 그럴 수 있어 기뻤다 비가 스며들기도 했는데 큰 문제는 아니었다 친구 얼굴이 떠올라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참았다

불어오는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만지며 왁스를 바꿔야 하나 생각했다

 

내가 싸우듯이 (소설)

 

다섯 명이 같이 살았고 주말에는 더 많은 사람이 왔다 까페도 아니고 술집도 아니었다 누워서 영화 보고 책 봤다 이상한 애들이 많았다

바지엔 곰팡이가 피었다 물이 튀었고 이가 깨졌다 물을 흘리면 닦지 않았고 밤이 되어도 마르지 않았다

 

예전에 좋은 영화 보고 좋은 책 보면 삶이 좀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안 좋아진다 이제 좀 괜찮아지려나 싶었는데 이게 가장 괜찮아진 거란 걸 알았다

 

그때 거기 있었습니까? (영화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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​사진 안상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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